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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여기서 더 뚝?"…예금보호 '5천만원→1억 상향' 못 웃는 이유

르새 2024. 11. 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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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여기서 더 뚝?"…예금보호 '5천만원→1억 상향' 못 웃는 이유

예금자보호 한도가 24년만에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간다. 평균 7개 계좌로 분산예치한 국민들의 편의성이 올라가지만 한편으론 머니무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 우려도 크다. 예금자보호 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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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 한도가 24년만에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간다. 평균 7개 계좌로 분산예치한 국민들의 편의성이 올라가지만 한편으론 머니무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 우려도 크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조기에 안착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1억원 한도 상향, 저축은행엔 기회?…강자만 살아남는다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난 2022년 대형사의 예수금 잔액/그래픽=윤선정

예금자보호 한도가 올라도 수혜를 입는 저축은행은 대형사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 저축은행에 비해 중소형 저축은행은 금리 경쟁을 펼칠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고금리를 제시했다간 예대마진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상향이 저축은행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예금자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면 주로 대형 저축은행으로 예금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머니무브가 발생했던 2022년에도 대부분의 예금수요는 대형 저축은행이 흡수했다.

당시 저축은행의 예수금은 1년새 17조7900억원 늘었는데, 이중 41%에 해당하는 7조2400억원이 자산순위 상위 4개 저축은행에서 증가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예수금이 2조79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한국투자저축은행이 2조21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도 각각 1조500억원, 7400억원 예수금이 증가했다.

반면 13개 저축은행은 예수금이 감소했다. 대부분 지방에 거점을 둔 중소형 저축은행이다. 한 저축은행은 1년 만에 예수금이 500억원 넘게 빠지기도 했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도가 높아지면 예금자는 은행 대신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큰데, 대형 저축은행은 중소형 저축은행과 비교해 매력적인 금리를 제시할 여력이 있어서다. 대형 저축은행은 대출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어 고금리로 자금을 예치해도 이를 대출로 소화할 여력이 된다.

저축은행간 금리 경쟁이 격화됐던 2022년 하반기에도 일부 대형 저축은행은 업계 평균 예금금리보다 0.3%포인트(P) 이상 높은 금리를 내세우며 예금을 모집했다. OK저축은행은 2022년 11월초 업계에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6.05%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형 저축은행이 중소형보다 상대적으로 신뢰가 높다는 점도 대형 저축은행 쏠림의 이유로 꼽힌다. 실제 SBI저축은행은 2022년 하반기 업계 평균 예금금리보다 약간 높거나 낮은 수준으로 예금금리를 유지했지만 1위 저축은행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가장 많은 예수금을 빨아들였다.

예금자보호 한도가 상향된 상황에서 중소형 저축은행이 무리하게 예금금리를 높일 경우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출 운용능력이 부족한 중소형 저축은행은 고금리로 예금을 모집했다가 예대마진이 급격히 축소될 수 있다. 저축은행 업계가 금리 경쟁을 벌인 다음해인 2023년 79개 저축은행은 58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9년 만에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자보호 한도가 높아져도 금리 경쟁력을 펼칠 수 있는 곳은 대부분 대형사"라며 "저축은행이 위험하다는 인식도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1억원 한도에 맞춰서 예금을 넣으려는 고객은 대형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예금자보호 한도의 수혜를 입는 건 저축은행 중에서도 대형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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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상향 시 예보료율 증가율 추정치/그래픽=윤선정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증액되면 그만큼 보호해야할 돈이 많아져 예금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하다. 예보료가 오르면 금융회사는 예금금리 인하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23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예금자보호 한도가 증액되는 만큼 금융사들이 예보에 내는 예보료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면 업권별 예보료율이 현재보다 △은행 23.1% △금융투자 27.3% △생명보험 13.8% △손해보험 2.6% △저축은행 0.0%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사가 더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고객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예금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예금금리와 예보료는 모두 조달 비용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한쪽에서 비용이 늘어나면 다른 한쪽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보험료는 조달에 관련한 부분이기 때문에 예금금리와 연동하게 된다"고 했다.

예보 관계자 역시 "예금자보호제도를 보험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혜택을 받는 것은 예금자들"이라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예금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보료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직접적으로는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권이 2023년부터 예보료를 대출금리 가산항목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모범규준에서 빠진 이후로 예보료 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하는 은행은 없다"며 "예보료가 올라도 대출금리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권 대출금리 구성 항목/그래픽=윤선정

다만 간접적인 방식으로 대출금리에 영향을 줄 순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으로 업권별 자금이 이동하고 은행권이 예금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은행채 발행 등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은행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 시장금리에 영향을 주고 대출금리가 오를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예금금리를 낮추지 않고 예보료율만 인상되면 금융사에도 부담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금융사들은 금리 인하기에 들어서면서 순이자마진(NIM) 방어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한도 상향으로 인한 금융사와 소비자 부담 때문에 한도를 늘리더라도 예보료율 인상 시기는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특히 금융사의 예보채 상환기금 부담이 종료되는 2027년말 이후가 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보채 상환기금은 외환위기 당시 금융사 구조조정을 위해 2002년 설치된 기금이다. 예보에 예보료를 납부하고 보험보장을 받는 금융회사는 매년 예금 잔액의 0.1%를 특별기여금 형태로 기금에 채워넣어야 한다. 2027년 기금 납부가 종료되면 그만큼 금융사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예보료율은 금융업권과 예금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이 남았다"며 "2026년에는 저축은행 사태 구조조정 부담 기금이 종료되고 2027년에는 외환위기 구조조정 자금 상환이 완료되기 때문에 그때는 현재의 지급부담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예금자보호 1억 상향에…"새마을금고 사태 또 터질라" 우려 목소리

주요국 은행업권 예금자 보호한도 비율, 보호한도에서 보호예금자수 비율, 2023년 3분기말 기준 업종별, 업권별 대출 비중/그래픽=윤선정

이르면 내년 12월부터 예금자보호 한도가 상향돼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신협 등 2금융권 자금 쏠림이 발생하면 2금융권이 부동산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형 금융회사에 비해 자금 운용능력이 떨어져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2023년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자금이탈) 사태, 올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과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금융업권별로 여신관리와 심사능력에 확연한 차이가 있지만 국회에서는 업권별 예금자보호 한도에 차등을 두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수백조원의 자산을 가진 대형은행이든, 수백억원에 불과한 저축은행이든 동일하게 금융회사당 1억원까지 예금을 보호한다. 이에 은행 대비 고금리 예금을 판매하는 2금융권으로 일부 자금의 이동이 불가피하다.

운용 능력 대비 과도하게 불어난 수신을 굴리려면 부동산 PF로 다시 눈을 돌릴 수 있다. 이 경우 2011년 저축은행 사태나 지난해 새마을금고 사태가 재발할 위험이 상존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저축은행 18곳이 문을 받았다. 새마을금고 역시 부동산·건설업종에 무리하게 투자하면서 손실이 발생했고 뱅크런 위기를 맞았다.

올해 수면위로 드러난 2금융권 부동산 PF 부실 위기도 연장선상에 있다. 저축은행은 2018년 퇴직연금 허용 이후 수신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부동산 초호황기인 2022년 말 총자산 138조원을 기록해 퇴직연금 판매 직전인 2017년 말 59조원 대비 2배 넘게 급증했다. 넘쳐나는 유동자금은 토지담보대출로 운용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부동산 PF 대출을 전체 대출의 20% 이내로 제한했음에도 토담대로 우회해 운용했고, 이는 대규모 부실로 이어졌다.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도 PF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상호금융권은 특히 비과세 예금으로 저금리 시절 뭉칫돈을 빨아들였다. 수십곳의 조합·금고가 제대로 된 심사 없이 공동으로 부동산·건설업종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상호금융권 대출의 절반이 부동산 관련이다. 올해 6월말 기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 부실 사업장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9조9000억원에 달해 전 업권서 가장 많다.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한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이 2금융권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유동성 비율이나 자금운용 관련 규제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1995년 도입 이후 2~3년마다 일몰이 연장되고 있는 상호금융권 비과세 혜택 축소 논의도 필요하다. 농·어업인이 아니어도 소액의 출자금만 내면 쉽게 준조합원이 돼 비과세 혜택을 누린다. 예보법 개정에 맞춰 상호금융권도 각 업권별 법률 개정으로 보호한도를 높이면 비과세 혜택, 고금리 예금과 맞물려 대규모 자금 이동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